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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과 주관사이] 이상형과 첫사랑에 대하여

by K-Giude 2019. 8. 22.

우연치 않은 계기로 작가 한분을 만났다.

이 분이 내게 처음 던질 질문은 "이상형이 뭐에요?"였다.

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글래머요!"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작가님은요?" 라고 되물었다.

 

되돌아온 대답은 "인성이 바르고 배가 나오지 않고 아저씨같지 않은 남자요."였다.

그때 깨닳았다. '아! 내가 무슨 발언을 한것인가!?'

 

"아, 그런 뜻으로 질문 하신거였어요? 저는 외모적인 부분을 말씀하시는줄 알았습니다."

라고 뒤 늦은 변명을 했지만, 늦었다는걸 나도 알고 있었다.

 

작가님의 대답은 의외로 쿨했다.

"솔직해서 좋네요, 글래머 싫어하는 남자도 있나요?"

"그건 그렇죠. 하하하..."

'예, 있습니다. 제 베프가 그렇거든요...'

차마 말할 수 없었다.

 

그 친구와 내가 베프가 될 수 있었던건

여성상이 전혀 겹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가끔 생각한다.

사실 남자들의 의절은 여자 아니면 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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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히 생각해봤다. 

내 이상형에 대하여.....

 

사실 정확한 내 이상형은 매우 복잡하다. 

마치, 빅뱅이론이나 양자역학처럼......

 

우선 지적이여야한다. 여기서 지적이라함은, 학력을 뜻하지 않는다.

내가 배울점이 있는 사람을 뜻한다. 어느부분이든, 내게 귀감이 될수 있는 존재.

 

그리고, 성격이 온화하거나, 평온하거나, 활발하거나

긍정적인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사람이 좋다.

 

내가 담배를 안피기에 담배를 안폈으면 좋겠고,

내가 술을 많이 안마시기에, 상대도 즐기는 정도였으면 좋겠고,

 

너무 부자이거나, 너무 못살지 않았으면 좋겠고

단발머리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글래머'였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느낌이 좋고 대화가 잘 통했으면 좋겠다.

이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 아닐까 싶다.

 

사실 더 나열하자면 더 있을 것이다.

오해는 하지 말자. '이상형은 이상형일 뿐이다.'

 

그동안 누군가 내게 "이상형이 뭐에요?"라고 물어보면

난 항상 "강예빈이요"라고 대답했다.

그건 아마 누군가를 이해시키기 가장 쉽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다 아는 연예인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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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의문이 생겼다.

'난 언제부터 이런 여자를 이상형이라고 생각했을까?'

'롤모델이 누군데?'

 

나를 스처간 사람중에 가장 근접한 사람이 누군가...

 

첫사랑이었다.

 

그래, 그렇다!

 

근데 한가지 의문이 더 생겼다.

 

'첫사랑이 내 이상형을 정립시켜준 것인가?'

아니면 '이상형이기 때문에 첫사랑이 된것인가?'

 

도무지 이 질문엔 답이 나오지 않는다.

마치, '계란이 먼저야? 닭이 먼저야?'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같은 느낌의 질문이다.

 

넘어가자.... 결론 안날 것 같다.

 

그럼 내 첫사랑은 어떠했을까?

 

그녀는 고등학교때 수석 입학했었다.

기독교 신자였고, 성격이 온화했다.

하지만 활달해야 할땐 활달 했고,

모난 곳 없이 잘 살아온 티가 났고,

당시엔 JSA의 이영애 단발머리를 하고 있었다.

물론 내 눈엔 젊은 이영애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영애보단 '글래머'였다. 이건 확실하다.

 

피아노도 잘치고, 노래도 잘 불렀으며,

흐트러진 모습을 절대 보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난 이 사람을 꽤 오랜시간 좋아했다.

그리고 대학교가 갈리며, 자주 보지 못하게 됬었고

그렇게 멀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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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형 정립에 대해서는 참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일부는 남자의 이상형은 자기 어머니라고 하기도 하고

(이 부분에 대해서 나는 동의할 수 없다. 내 이상형의 외모는 우리 어머니와 너무 다르다)

 

혹은 부모의 이상형이 그대로 유전처럼 내려오기도 한다고도 한다.

 

나는 좀 다르게 생각했다.

첫사랑이 내 이상형의 정립이라고.

 

어차피 모든 객관성은 주관적인 것에서 시작하기에.

내가 하는 끄적이는 이 글이 진리는 될수 없어도 일리는 있을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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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얘기를 하니 불현듯 떠오르는 말이 있다. 

 

'남자는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여자는 마지막 사랑을 잊지 못한다'

 

나에게 동의하냐고 물어본다면,

단연코 "아니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내가 이렇게 글을 쓰면

'지금까지 첫사랑이 이상형이라고 해놓고선,

 이게 또 무슨 뚱단지 같은 소리야?' 라고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여긴 한국이다.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 아니 끝까지 봐주셨으면 한다.

 

사실 나도 불과 4년전까지만해도, 잊지 못했다.

아니 잊지 못했다기 보단, 

Adel의 "someone like you" 처럼.

이상형이란 태두리 안에서 그 사람을 쫒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도 모르는 무의식중에 말이다.

 

왜 4년전인가?

 

그래 바야흐로 4년전, 내가 영화같은 일이 생겼다

Adel의 Someone like you가 When we were young이 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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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시 무역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었고,

홍콩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다.

내 성격은 내가 생각해도 참 특이하다.

남에 눈을 많이 의식한다.

그날도 아침 8시 비행기를 타기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나 (물론 캐리어는 준비가 이미 되어있었다)

씻고, 머리 만지고, 옷을 입고,

아침 첫 공항 리무진을 타고 공항으로 갔다.

그때가 2월 눈이 엄청 내리는 날이었다.

 

당연히 추웠다. 그래서 나는 패딩을 입고 공항으로 향했고,

공항에 도착해 캐리어를 열어, 트랜치 코트로 갈아 입고

패딩은 캐리어에 넣어 짐을 붙였다.

마치, '이것이 공항 패션이다!' 말하고 싶은 것 처럼

한겨울 인천국제공항에 트렌치코트를 입고 돌아다녔다.

 

공항에 일찍 도착해서 무엇을 하겠는가?

당연히, 이미그레이션을 하고 면세점으로 향했다.

그것이 해외출장의 묘미가 아니던가!

 

그날따라 공항은 한산했다.

이미그레이션까지 마친 나에게 무려 1시간 반이라는 시간이 남아버렸다.

 

그래서 우선 나는 인터넷면세점에서 쇼핑한 면세품을 찾으러 갔다.

L면세점 인도장쪽은 사람이 바글됬다. 줄도 길었다.

하지만 난 S면세점이었다! 인도장에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그 편안함이란.......

 

면세점에서 내 소중한 새지갑과, 양주와, 화장품등을 찾고 있을때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당연히 나는 고개를 돌렸고,

그곳엔 떡하니 내가 첫사랑이라고 불렀던 그녀가 서있었다.

인도장에 고객은 둘뿐이었다.

 

그리곤 갑자기 면세품을 받아 들고 그녀가 달리기 시작했다(?)

난 잠시동안...... 정말 아무생각 없이 멍때렸다........

 

그리고 내 면세품을 챙겨 부랴부랴 복도쪽으로 갔으나

그녀는 이미 사라진 후 였다.

 

이 당황스러운 상황은 무엇인가.......

 

당황스러운 마음을 잠시 접고 나는 다시 면세품 쇼핑에 몰두했다.

아니 몰두하려했다. 이 당황스러움을 감추기 위해.

 

그런데 10분정도 후에 전화가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전화기 넘어로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애들한테 네 전화번호 물어봐서 전화했어.

 아까 갑자기 도망쳐서 미안해. 나 아침 일찍 나와서 화장을 안해서

 순간 당황해서 나도 모르게 도망쳤네.

 00번 게이트인데 혹시 시간 괜찮으면 잠깐 와줄래?"

 

00번 게이트.....아....! 나랑 완전 반대쪽이다.

하지만 소신에겐 아직 1시간이라는 여유 시간이 있사옵니다!

 "응 여유될 것 같아. 그쪽으로 갈께"

 

그렇게 공항에서 재회한 첫사랑.

그녀는 상하이를 들려, 싱가포르에 여행을 간다고 했다.

나는 4박5일의 출장일정,

그녀는 7박8일의 여행일정.

 

그렇게 우리는 재회해, 한국에서 다시 만나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때 그런 말을 했었던 것같다.

"내가 알던 너는 화장을 하지 않은 너였기 때문에,

 나에게 지금 화장을 안한 너와, 그때의 너는 똑같이 이뻐." 라고

지금 생각해보면 손발이 오그라든다... 나란 남자란....

 

우연히 둘다 솔로인 그 시점에

공항에서의 재회. 이 얼마나 로멘틱한가.

 

그리고 한국에서 다시 만나 저녁을 먹으며,

그때 그 시절의 이야기들과, 

그간 우리가 살았던 이야기,

그리고 지금 우리의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무엇인가 빠진 느낌이 들었다.

 

그래 그것은 설레임이었다.

다시 재회한 우리에게 설레임이 없었다.

 

30대가 되어버린 우리의 나이 때문인가...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예전에 어떤 누나에게 이상형이 뭐냐고 물었을때

그런 대답을 들은 적이 있다.

"처음 본 남자"

아마 우린 서로에게 너무 익숙한 사람이었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10년만에 재회인데 

엊그제 본 친구처럼 대화하고 있는 우리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린 친한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난 이때를 계기로 첫사랑의 환상에서 

탈출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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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글귀를 보면 첫사랑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그리운건

그대일까

그때일까

 

그리운건 아마도 그때의 그대일 것이다.

 

남자가 첫사랑을 못잊는건,

그녀는 어떻게 변했을까 라는 궁금함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 터널을 빠져나왔기에

감히 잊었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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